9편. 고대 영어의 기본 어휘는 어디에서 왔을까

 

9편. 고대 영어의 기본 어휘는 어디에서 왔을까

「영어의 탄생과 고대 영어」 전체 시리즈

영어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언어가 아니다. 게르만족의 이동, 앵글로색슨 왕국의 형성, 기독교와 바이킹의 충격을 지나며 오늘날의 영어로 이어졌다.

이 시리즈는 영어가 영국에 자리 잡은 순간부터 노르만 정복 직전까지, 고대 영어의 탄생과 변화를 차례로 따라간다.

1편. 영어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2편. 영어는 어떤 언어 계통에 속할까

3편. 영어 이전의 영국에는 누가 살았을까

4편. 앵글족·색슨족·주트족은 왜 영국으로 왔을까

5편. 잉글랜드와 잉글리시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왔을까

6편. 앵글로색슨 왕국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7편. 고대 영어는 오늘날 영어와 얼마나 달랐을까

8편. 고대 영어의 방언은 어떻게 나뉘었을까

9편. 고대 영어의 기본 어휘는 어디에서 왔을까

10편. 기독교는 고대 영어를 어떻게 바꾸었을까

11편. 고대 영어는 어떻게 기록되었을까

12편. 알프레드 대왕은 영어를 어떻게 지켰을까

13편. 『베오울프』는 왜 영어사에서 중요한가

14편. 노르만 정복 직전의 고대 영어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오늘의 영어 속에 그대로 살아 있는 앵글로색슨의 말들

오늘날 영어에는 라틴어와 프랑스어에서 들어온 단어가 매우 많다. 그래서 영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은 영어가 라틴어 계통의 언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영어의 가장 깊은 뿌리,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핵심 단어들은 대부분 고대 영어에서 왔다.

father, mother, brother, house, home, water, food, sun, moon, day, night, come, go, see, hear, love, sleep 같은 단어가 그렇다. 이 단어들은 영어가 영국에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게르만족이 사용하던 말이었다. 앵글족·색슨족·주트족은 이 오래된 어휘를 바다 건너 브리튼섬으로 가져왔고, 그것이 고대 영어의 중심 어휘가 되었다.

고대 영어의 기본 어휘를 살펴보면 영어가 왜 게르만어인지, 또 왜 오늘날 영어의 쉬운 단어와 어려운 단어가 서로 다른 출신을 가진 경우가 많은지를 이해할 수 있다.

고대 영어는 게르만족의 언어였다

고대 영어는 인도유럽어족 안의 게르만어파에 속한다. 따라서 영어의 가장 오래된 기본 어휘는 독일어, 네덜란드어, 스웨덴어,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같은 다른 게르만계 언어와 친척 관계에 있다.

예를 들어 영어의 father는 독일어 Vater, 네덜란드어 vader와 닮아 있다. 영어의 mother는 독일어 Mutter와, 영어의 house는 독일어 Haus와 연결된다. 영어의 hand, foot, fish, land, winter도 다른 게르만계 언어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발견된다.

이러한 공통점은 우연이 아니다. 영어와 독일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서 닮은 것이 아니라, 두 언어가 더 오래된 공통 조상 언어에서 갈라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 조상은 흔히 원시 게르만어라고 부른다.

앵글족과 색슨족이 영국으로 건너왔을 때 그들은 이미 자신들의 게르만계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고대 영어는 영국에서 완전히 새로 만들어진 언어가 아니라, 유럽 대륙 북서부에서 사용되던 게르만어가 브리튼섬에서 새로운 역사를 시작한 결과였다.

가장 오래된 단어들은 대개 생활에 가까웠다

고대 영어에서 살아남은 단어들은 대부분 일상생활과 직접 관련되어 있다. 가족, 몸, 자연, 집, 농사, 동물, 먹는 것, 기본 동작을 나타내는 말들이 특히 많다.

가족을 가리키는 father, mother, brother, son, daughter가 그렇다. 몸을 가리키는 hand, foot, finger, heart, bone, blood도 고대 영어에서 이어졌다. 자연을 나타내는 sun, moon, star, day, night, rain, wind, earth 역시 매우 오래된 게르만계 어휘다.

집과 생활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house, home, door, room, bed, fire, food, bread, water, milk 같은 말은 오늘날에도 영어의 가장 기본적인 단어다. 동사도 come, go, eat, drink, sleep, sit, stand, see, hear, know, think, make처럼 짧고 자주 쓰이는 것들이 고대 영어의 유산이다.

영어가 수많은 외래어를 받아들였음에도 이 기본 단어들이 살아남은 이유는 분명하다. 사람들은 새 언어를 만나도 가장 가까운 생활의 말을 쉽게 버리지 않는다. 부모를 부르는 말, 손발을 가리키는 말, 먹고 자고 걷는 일을 표현하는 말은 세대에서 세대로 가장 강하게 전해진다.

고대 영어 단어는 오늘날과 얼마나 닮아 있을까

고대 영어의 철자는 오늘날 영어와 많이 달라 보인다. 하지만 뜻과 뿌리를 알고 보면 놀랄 만큼 익숙한 단어가 많다.

고대 영어의 hūs는 오늘날의 house가 되었고, hāmhome으로 이어졌다. wæterwater, brōdorbrother, sunuson, dægday와 연결된다. cumancome, gāngo, etaneat의 조상이다.

물론 그대로 같은 모습으로 남은 것은 아니다.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발음이 바뀌고, 철자가 달라지고, 문법 어미도 사라졌다. hūs는 한 음절이었지만 오늘날 house는 모음이 달라졌고, wæter의 첫 모음도 현대 영어의 water와는 다르게 발음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영어의 뼈대는 분명히 남아 있다. 고대 영어 문장을 처음 보면 낯설지만, 단어 하나하나를 자세히 보면 오늘날의 영어가 오래된 조상 언어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왜 쉬운 영어 단어는 대체로 짧을까

영어의 기본 단어는 대체로 짧다. man, woman, child, house, food, water, love, work, sleep, think, make처럼 한 음절 또는 짧은 두 음절로 된 말이 많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랫동안 자주 사용된 단어는 말하는 과정에서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매일 반복하는 표현일수록 사람들이 더 빠르고 편하게 발음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런 단어들은 너무 자주 쓰이기 때문에 외래어가 들어와도 쉽게 밀려나지 않는다.

반대로 학문, 법률, 의학, 철학, 행정처럼 비교적 전문적인 분야의 단어는 나중에 라틴어와 프랑스어에서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 영어에는 askinquire, helpassist, begincommence, kinglyroyal처럼 비슷한 뜻이지만 분위기와 출신이 다른 단어들이 공존한다.

짧고 직접적인 단어는 대체로 고대 영어 계통이고, 길고 추상적인 단어는 라틴어 또는 프랑스어 계통인 경우가 많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영어 어휘의 큰 구조를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한 원리다.

고대 영어에는 라틴어가 전혀 없었을까

고대 영어의 중심은 게르만계 어휘였지만, 라틴어 단어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앵글족과 색슨족이 영국에 오기 전부터 로마 세계와 접촉하면서 이미 몇몇 라틴어 단어를 받아들였다.

예를 들어 street는 라틴어 strata에서 왔다. 원래는 돌로 포장한 길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wall도 라틴어 vallum과 관련이 있으며, wine 역시 라틴어 vinum을 거쳐 들어온 말이다. 로마 제국과의 접촉이 게르만족의 언어에 이미 흔적을 남긴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어들은 고대 영어의 중심이 아니었다. 영어의 가장 중요한 어휘 체계는 여전히 게르만계였다. 이후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라틴어 단어가 훨씬 더 많이 유입되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바이킹은 영어의 기본 어휘를 더 넓혔다

고대 영어의 기본 어휘는 앵글족과 색슨족이 가져온 게르만계 언어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9세기 이후 바이킹과의 접촉은 영어의 일상 어휘를 한층 더 넓혔다.

덴마크와 노르웨이에서 온 바이킹은 고대 노르드어를 사용했다. 고대 노르드어 역시 게르만계 언어였기 때문에, 고대 영어와 완전히 낯선 언어는 아니었다. 두 언어에는 비슷한 단어가 많았고, 서로 어느 정도 뜻을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긴 접촉의 결과 영어에는 sky, egg, window, knife, take, give, call, get 같은 단어가 들어왔다. 특히 they, them, their 같은 대명사는 오늘날 영어의 가장 기본적인 문법 체계 안에 자리 잡았다.

이것은 영어가 처음부터 순수하게 한 민족의 언어였던 적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영어는 게르만계 뿌리를 지닌 언어였지만, 영국이라는 섬에서 켈트인, 로마인, 앵글로색슨인, 바이킹과 만나며 계속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 갔다.

기본 어휘는 영어의 정체성을 보여 준다

오늘날 영어에는 라틴어와 프랑스어 계통의 단어가 아주 많다. 대학, 법원, 병원, 정부, 과학, 철학의 언어를 보면 영어가 다른 유럽 언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가장 단순한 문장을 만들어 보면 영어의 바탕은 여전히 고대 영어다.

The man sees the sun.
The child drinks water.
My mother is at home.
We come and go.

이 문장들에 들어 있는 핵심 단어 대부분은 고대 영어의 계통에서 왔다. 사람, 아이, 어머니, 집, 해, 물, 보고, 마시고, 오고, 가는 말이 모두 그렇다.

영어의 정체성은 어려운 단어보다 가장 평범한 단어 속에 더 선명하게 남아 있다. 영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지 많은 어휘를 외우는 일이 아니다. 어떤 단어가 어느 시대에, 어떤 사람들을 통해 들어왔는지 살펴보는 일이기도 하다.

영어는 오래된 뿌리 위에 새로운 단어를 쌓아 올렸다

고대 영어의 기본 어휘는 영어라는 언어의 바닥을 이루고 있다. 그 위에 기독교와 함께 라틴어가 들어왔고, 바이킹과의 접촉을 통해 북유럽 언어의 단어가 더해졌다. 훗날 노르만 정복 이후에는 프랑스어와 라틴어 계통의 어휘가 대량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새로운 단어가 들어와도 영어의 가장 깊은 중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늘날 영어를 말할 때 우리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짧고 기본적인 단어들 속에는 천오백 년 전 앵글로색슨인들의 언어가 아직 살아 있다.

다음 글에서는 기독교가 고대 영어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살펴보려 한다. 기독교의 전래는 단지 새로운 종교의 도입이 아니었다. 라틴어와 책, 학교, 수도원 문화를 통해 영어의 어휘와 기록 방식까지 바꾸어 놓은 거대한 전환점이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도쿄 행정 구역(간략한 정리) [행정 구역, 시리즈 1]

중국의 뉴욕, 중국 근대사의 아픔을 품은 상하이의 역사를 살펴볼까요 [도시 역사 시리즈 3]

도쿄 23구 지도(구시가지 행정구역)[행정 구역 시리즈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