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고대 문명과 성경의 배경(시리즈 허브 글)
1부. 고대 문명과 성경의 배경
메소포타미아에서 가나안까지, 성경의 첫 무대를 읽다
「성경과 함께한 세계사」는 성경의 사건과 인물, 민족과 국가를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살펴보는 시리즈입니다.
성경의 이야기는 고립된 공간에서 전개되지 않았습니다.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고대 문명이 발전했고, 가나안은 여러 민족과 제국이 만나는 길목이 되었습니다. 이스라엘 왕국은 앗시리아와 바빌로니아의 팽창 속에서 멸망했고, 유대인들은 페르시아 시대에 예루살렘으로 돌아왔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 이후에는 그리스어와 헬레니즘 문화가 확산되었습니다. 신약성경의 세계는 로마 제국의 정치 질서와 도로, 도시와 행정 체계 위에서 형성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시대별로 이해하기 위해 「성경과 함께한 세계사」는 모두 10부로 구성됩니다.
지금 읽는 「고대 문명과 성경의 배경」은 그 첫 번째 시리즈입니다.
「성경과 함께한 세계사」 전체 시리즈
1부. 고대 문명과 성경의 배경
2부. 이집트와 가나안의 세계
3부. 이스라엘 왕국과 주변 세계
4부. 앗시리아 제국과 북이스라엘의 멸망
5부. 바빌로니아 제국과 유다 왕국의 멸망
6부. 페르시아 제국과 유대인의 귀환
7부. 알렉산더 대왕과 헬레니즘 세계
8부. 로마 제국과 신약성경의 세계
9부. 유대 전쟁과 예루살렘의 멸망
10부. 로마 제국과 기독교의 확산
1부에서는 성경의 이야기가 시작된 고대 근동의 세계를 살펴봅니다.
메소포타미아에서 도시와 문자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수메르와 아카드가 어떤 문명을 만들었는지, 우르와 바빌로니아가 고대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아봅니다.
또한 함무라비 법전과 고대 근동의 법, 창조와 홍수에 관한 여러 기록, 지구라트와 바벨탑의 역사적 배경도 함께 살펴봅니다.
이후 나일강을 중심으로 발전한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를 연결한 가나안의 지리적 위치를 확인합니다.
마지막으로 아브라함과 족장들이 살았던 시대의 고대 근동과 그들이 이동했던 길을 따라가 봅니다.
「고대 문명과 성경의 배경」은 모두 14편으로 구성됩니다.
「고대 문명과 성경의 배경」 전체 시리즈
1편. 성경의 이야기는 어떤 세계에서 시작되었을까
2편.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어떻게 최초의 도시가 탄생했을까
3편. 수메르 문명은 무엇을 남겼을까
4편. 아카드 제국은 어떻게 최초의 제국이 되었을까
5편. 우르와 메소포타미아의 도시 문명
6편. 고대 바빌로니아와 함무라비 왕
7편. 함무라비 법전과 고대 근동의 법
8편. 고대 근동의 창조 이야기는 무엇을 말했을까
9편. 고대 근동의 홍수 이야기와 창세기
10편. 지구라트와 바벨탑 이야기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11편. 고대 이집트 문명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12편. 가나안은 어떤 지역이었을까
13편. 아브라함 시대의 고대 근동은 어떤 세계였을까
14편. 족장들은 어떤 길을 따라 이동했을까
성경의 이야기는 어떤 세계에서 시작되었을까
성경의 이야기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던 역사적 빈 공간에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창세기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세계 주변에는 이미 도시와 왕국이 존재했습니다. 사람들은 농사를 지었고, 강을 따라 관개시설을 만들었으며, 성벽과 신전을 세웠습니다.
문자를 이용해 재산과 세금, 계약과 법률을 기록했습니다. 왕과 관리, 제사장과 군인, 상인과 장인으로 역할이 나뉜 복잡한 사회도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주변에서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발전했습니다.
남쪽에서는 수메르인들이 우르와 우루크, 라가시와 에리두 같은 도시국가를 세웠습니다. 이후 아카드 왕국은 여러 도시를 하나의 권력 아래 통합하며 제국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바빌론은 메소포타미아의 새로운 중심지로 성장했습니다. 함무라비 왕은 군사적 정복뿐 아니라 법률과 행정 체계를 정비한 통치자로도 알려졌습니다.
나일강 주변에서는 이집트 문명이 발전했습니다.
이집트는 강력한 왕권과 중앙집권적 행정, 거대한 건축물과 종교 체계를 가진 문명이었습니다.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사이에는 가나안이 있었습니다.
가나안은 단순한 변방이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중해와 내륙을 연결하는 길목이었습니다. 여러 도시와 민족이 이 지역에서 경쟁했고, 강대국의 군대와 상인도 이 길을 통과했습니다.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과 요셉의 이야기는 바로 이 거대한 문명권과 이동로 속에서 전개됩니다.
성경의 첫 무대는 고대 근동이다
고대 근동은 오늘날의 이라크와 시리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요르단과 레바논, 이집트와 터키 일부를 포함하는 넓은 지역을 가리킵니다.
이 지역에는 여러 강과 평야, 산맥과 사막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이동할 수 있는 길은 지리적 조건에 따라 제한되었습니다. 물과 목초지, 농경지와 도시가 있는 곳을 따라 이동해야 했습니다.
메소포타미아에서 가나안으로 가려면 넓은 사막을 곧장 가로지르기보다 유프라테스강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간 뒤 시리아를 거쳐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했습니다.
이러한 이동로를 따라 사람과 가축, 상품과 군대가 움직였습니다.
문자와 기술, 종교와 신화, 법과 행정 방식도 함께 이동했습니다.
성경의 족장들이 여러 지역을 오갈 수 있었던 것도 고대 근동을 연결하는 길과 도시, 교역망이 이미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어떻게 도시가 만들어졌을까
메소포타미아는 ‘두 강 사이의 땅’이라는 뜻입니다.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주변의 평야는 농사를 짓기에 유리했지만,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으려면 강물을 관리해야 했습니다.
사람들은 수로를 파고 제방을 만들었습니다. 농경지를 넓히고 물을 나누기 위해 많은 사람이 함께 일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공동 작업을 조직하려면 지도자와 관리가 필요했습니다.
생산된 곡물을 저장하고 분배하는 시설도 만들어졌습니다. 세금과 재산, 거래 내용을 기록할 필요도 생겼습니다.
작은 농촌 공동체는 점차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로 발전했습니다.
도시에는 왕과 관리, 군인과 제사장, 상인과 장인, 농민과 노동자가 함께 살았습니다.
도시의 중심에는 신전이 세워졌고, 신전과 왕실은 토지와 노동력, 곡물과 물품을 관리했습니다.
성경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오래전부터 메소포타미아에는 이미 도시와 행정, 종교와 경제를 갖춘 문명이 존재했습니다.
수메르 문명과 최초의 도시국가
메소포타미아 남부에서는 수메르 문명이 발전했습니다.
수메르인들은 우르와 우루크, 라가시와 에리두 등 여러 도시국가를 세웠습니다.
각 도시는 하나의 독립된 정치 공동체에 가까웠습니다.
도시마다 왕과 지배층이 있었고, 자신들의 도시를 보호하는 수호신과 신전이 있었습니다.
도시들은 물과 농경지, 교역로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했습니다. 전쟁을 벌이기도 했고, 동맹을 맺기도 했습니다.
수메르 문명은 문자 발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초기의 문자는 곡물과 가축, 세금과 물품을 기록하기 위한 단순한 기호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러한 기록 방식은 점차 쐐기문자로 발전했습니다.
점토판에 기록된 쐐기문자는 행정과 계약, 법률과 종교, 신화와 문학을 기록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고대 메소포타미아인의 생활과 생각을 알 수 있는 것도 이들이 수많은 점토판 기록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아카드 제국과 새로운 정치 질서
수메르의 여러 도시국가는 서로 경쟁했습니다.
그러나 도시 하나를 지배하는 것을 넘어 여러 도시와 민족을 하나의 권력 아래 통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습니다.
아카드의 사르곤은 메소포타미아의 여러 도시를 정복하고 넓은 지역을 지배한 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카드 제국은 흔히 고대 세계 최초의 제국 가운데 하나로 평가됩니다.
하나의 제국 안에는 서로 다른 도시와 민족, 언어와 문화가 함께 존재했습니다.
왕은 군대와 관리들을 이용해 넓은 영토를 지배했습니다. 각 지역에서 세금과 조공을 거두고 교역로를 통제했습니다.
아카드 제국은 영원히 유지되지 않았지만, 넓은 지역을 하나의 정치권력 아래 통합하는 제국의 모델을 남겼습니다.
이후 메소포타미아의 여러 왕조와 제국도 이러한 통치 방식을 이어갔습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앗시리아와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같은 제국의 역사는 훨씬 뒤에 전개되지만, 광대한 영토를 통치하려는 제국의 전통은 오래전부터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우르와 메소포타미아의 도시 문명
우르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대표적인 도시 가운데 하나입니다.
창세기에는 아브라함의 출발지로 ‘갈대아인의 우르’가 등장합니다.
성경에 기록된 우르와 고고학적으로 발견된 도시 우르를 어떤 시대와 연결할 것인지는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르가 메소포타미아의 중요한 도시였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우르는 농업과 교역, 종교와 행정의 중심지였습니다.
도시에는 거대한 지구라트가 세워졌고, 왕실과 신전은 토지와 재산, 노동력과 곡물을 관리했습니다.
우르는 메소포타미아 내륙과 페르시아만을 연결하는 교역에도 참여했습니다.
메소포타미아에는 목재와 금속, 귀한 돌이 부족했기 때문에 먼 지역과의 교역이 필요했습니다.
우르의 상인들은 여러 지역에서 물품을 들여왔고, 농산물과 직물 등을 교환했습니다.
아브라함의 출발지를 우르와 연결해 읽는다면, 그를 문명과 완전히 단절된 세계에서 살아간 인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의 이야기는 도시와 왕국, 무역과 이동로가 발달한 세계를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고대 바빌로니아와 함무라비 왕
수메르와 아카드 이후에도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여러 왕국이 등장했습니다.
바빌론은 처음부터 거대한 도시였던 것은 아니지만, 점차 주변 지역을 통합하며 중요한 정치 중심지로 성장했습니다.
고대 바빌로니아의 대표적인 왕은 함무라비입니다.
함무라비는 주변 도시와 왕국을 정복하고 바빌론의 세력을 넓혔습니다.
그는 정복자였을 뿐 아니라 행정과 법률을 정비한 왕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함무라비 법전에는 재산과 계약, 노동과 임금, 결혼과 상속, 범죄와 처벌에 관한 여러 규정이 담겨 있습니다.
이는 고대 사회가 아무런 규칙 없이 움직인 사회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토지를 사고팔았고, 빚을 지고 계약을 맺었습니다. 결혼과 이혼, 상속과 입양에 관한 규칙도 있었습니다.
고대 근동의 법률을 살펴보면 모세 율법이 등장한 역사적 환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함무라비 법전과 모세 율법이 비슷해 보이는 조항을 가졌다고 해서 두 법을 같은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
같은 고대 근동 사회에서 발생한 비슷한 문제를 다루면서도, 각 법률이 가진 목적과 가치관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창조와 홍수 이야기는 성경에만 있었을까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헌에는 세상의 창조와 인간의 기원에 관한 여러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
신들이 어떻게 세상을 만들었는지, 인간은 왜 만들어졌는지, 왕권은 어디에서 왔는지를 설명하는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큰 홍수와 배를 만든 생존자에 관한 기록도 메소포타미아 문헌에서 발견됩니다.
이러한 기록은 창세기의 창조와 홍수 이야기가 고대 근동의 사람들이 알고 있던 질문과 이야기의 환경 속에서 기록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비슷한 소재가 있다고 해서 모든 이야기의 의미가 같지는 않습니다.
고대 근동의 여러 신화에는 신들의 경쟁과 갈등이 나타납니다. 인간이 신들을 위해 노동하도록 만들어졌다고 설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창세기는 세상의 창조와 인간의 기원을 다른 방식으로 설명합니다.
한 분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고,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고대 근동 문헌과 창세기를 비교하는 목적은 성경 이야기를 다른 신화와 같다고 단정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같은 시대 사람들이 어떤 질문을 가지고 있었으며, 창세기가 그 질문에 어떤 답을 제시하는지를 살펴보는 데 있습니다.
지구라트와 바벨탑 이야기
메소포타미아의 주요 도시 중심에는 지구라트라고 부르는 거대한 계단식 건축물이 세워졌습니다.
지구라트는 단순히 높은 건물이 아니었습니다.
도시의 수호신을 위한 종교적 공간이었으며, 도시의 권력과 질서를 상징하는 건축물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높은 신전이 하늘과 땅을 연결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창세기의 바벨탑 이야기는 사람들이 도시와 탑을 세우고 자신들의 이름을 높이려 했던 사건을 기록합니다.
바벨탑을 특정 지구라트 하나와 직접 동일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메소포타미아의 거대한 도시와 신전 건축은 바벨탑 이야기를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입니다.
바벨탑 이야기는 높은 건물을 세운 기술 자체를 비판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힘을 하나로 모아 자신들의 이름을 높이고, 흩어지지 않으려 했던 욕망을 다룹니다.
도시와 문명의 발전이 인간의 교만과 권력 집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보여줍니다.
이집트 문명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메소포타미아와 함께 성경의 초기 세계에서 중요한 문명은 이집트입니다.
이집트 문명은 나일강을 중심으로 발전했습니다.
나일강은 주변의 건조한 땅 가운데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비옥한 토지를 만들었습니다.
강의 주기적인 범람은 농경에 필요한 물과 토양을 공급했습니다.
나일강은 남쪽과 북쪽을 연결하는 교통로이기도 했습니다.
이집트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통일 왕국을 형성했습니다.
파라오는 정치적 통치자이면서 종교적 권위를 가진 왕이었습니다.
중앙정부는 세금을 거두고 토지를 관리했으며, 대규모 노동력을 조직해 피라미드와 신전, 관개시설을 건설했습니다.
창세기에서 이집트는 기근을 피해 사람들이 이동할 수 있는 풍요로운 땅으로 나타납니다.
아브라함도 기근을 피해 이집트로 내려갔고, 야곱의 가족 역시 식량을 구하기 위해 이집트로 이동했습니다.
이집트는 이후 이스라엘 민족의 형성과 출애굽 이야기에서 더욱 중요한 무대가 됩니다.
구체적인 이집트 왕조와 출애굽의 역사적 배경은 2부 「이집트와 가나안의 세계」에서 본격적으로 살펴봅니다.
가나안은 어떤 지역이었을까
가나안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사이에 있었습니다.
오늘날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레바논과 요르단, 시리아 일부와 연결되는 지역입니다.
가나안에는 오랫동안 하나의 통일된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도시국가와 지역 세력이 존재했고, 서로 다른 민족과 집단이 함께 살았습니다.
가나안은 농경과 목축이 이루어지는 땅이면서 국제적인 교역로가 지나가는 지역이었습니다.
이집트의 군대가 북쪽으로 진출할 때 가나안을 통과했습니다.
메소포타미아와 시리아의 세력이 이집트 방향으로 내려갈 때도 이 지역을 지나야 했습니다.
가나안은 문명과 제국 사이에 끼어 있었기 때문에 여러 세력의 충돌과 영향을 반복해서 경험했습니다.
성경의 족장들은 세겜과 벧엘, 헤브론과 브엘세바 등 가나안의 여러 지역을 이동하며 살았습니다.
그들은 도시 주민과 거래했고, 토지를 구입했으며, 우물과 목초지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기도 했습니다.
가나안은 아직 이스라엘 왕국이 세워지기 전부터 여러 도시와 민족이 공존하던 복잡한 세계였습니다.
아브라함 시대의 고대 근동
성경은 아브라함이 고향을 떠나 하나님이 보여줄 땅으로 이동했다고 기록합니다.
그의 이동은 신앙의 사건이지만, 동시에 고대 근동의 역사와 지리 속에서 일어난 이동이기도 합니다.
아브라함은 우르에서 하란을 거쳐 가나안으로 이동한 것으로 기록됩니다.
지도만 보면 우르에서 가나안까지 서쪽으로 곧장 이동하는 길이 짧아 보입니다.
그러나 그 사이에는 넓은 사막이 있습니다.
고대의 사람들은 물과 목초지, 도시와 교역로가 있는 길을 따라 이동해야 했습니다.
유프라테스강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간 뒤 하란과 시리아를 거쳐 가나안으로 내려오는 길이 중요한 이동로로 사용되었습니다.
이 길은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흐름과 연결됩니다.
아브라함과 그의 가족은 가축과 재산을 이끌고 이동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도시와 부족, 왕과 지역 세력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도시 문명과 완전히 분리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목축과 농경, 도시와 광야, 상인과 지역 지배자가 서로 연결된 세계에서 살아갔습니다.
족장들은 어떤 길을 따라 이동했을까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과 요셉을 흔히 족장들이라고 부릅니다.
족장들의 이야기는 한곳에 정착한 왕국의 역사가 아닙니다.
가족과 가축을 중심으로 여러 지역을 이동하며 살아간 사람들의 역사입니다.
이들은 우물을 파고 제단을 쌓았으며, 토지를 구입하고 지역 주민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기근이 들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습니다.
가족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 세력과 관계를 맺어야 했습니다.
족장들의 이동은 무작위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물과 목초지, 계절과 기후, 시장과 도시의 위치가 이동 경로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가나안의 산지와 평야, 네게브 지역과 이집트로 이어지는 길도 족장들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족장 이야기에 나타나는 이동과 계약, 혼인과 상속, 토지와 우물 분쟁은 고대 근동 사회의 생활환경과 연결해 읽을 수 있습니다.
다만 족장 시대의 정확한 연대와 성경의 각 인물을 특정 왕조나 고고학 자료에 직접 대응시키는 일에는 신중해야 합니다.
모든 사건을 하나의 유물이나 문헌으로 곧바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무리하게 결론을 정하기보다, 성경의 족장 이야기가 이해될 수 있는 역사적·지리적 환경을 살펴보는 데 집중합니다.
고대 문명을 알면 창세기가 다르게 보인다
창세기를 성경 안에서만 읽으면 각각의 이야기가 서로 떨어져 보일 수 있습니다.
창조와 홍수, 바벨탑과 아브라함, 가나안과 이집트가 별개의 사건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대 근동의 역사와 함께 읽으면 이 이야기들은 하나의 넓은 세계 안에서 연결됩니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도시와 국가, 문자와 법률이 발전했습니다.
사람들은 거대한 신전을 세우고 왕의 권력을 강화했습니다. 창조와 홍수에 관한 여러 이야기도 문자로 기록했습니다.
이집트에서는 강력한 통일 왕국과 중앙집권적인 행정 체계가 형성되었습니다.
가나안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사이에서 교역과 전쟁, 이주와 문화 교류가 일어나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아브라함과 족장들의 이동은 바로 이 세계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고대 근동을 이해하면 창세기는 막연한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도시와 왕국, 이동과 교역이 존재했던 구체적인 세계의 기록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시리즈의 흐름
「고대 문명과 성경의 배경」 시리즈는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진행됩니다.
고대 근동의 전체 모습
→ 메소포타미아 도시의 탄생
→ 수메르 문명
→ 아카드 제국
→ 우르의 도시 문명
→ 고대 바빌로니아와 함무라비
→ 고대 근동의 법률
→ 창조 이야기
→ 홍수 이야기
→ 지구라트와 바벨탑
→ 이집트 문명
→ 가나안의 도시와 민족
→ 아브라함 시대의 세계
→ 족장들의 이동 경로
이 흐름을 따라가면 성경의 첫 이야기가 어떤 역사적 공간과 문명 속에서 전개되었는지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다루는 범위
이 시리즈는 창세기의 각 장과 구절을 직접 설명하는 주석 시리즈가 아닙니다.
창세기의 본문과 신학적 의미, 문학적 구조는 「구약성경을 읽다」에서 별도로 다룹니다.
「고대 문명과 성경의 배경」에서는 성경의 이야기가 펼쳐진 역사적 세계에 집중합니다.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문명, 수메르와 아카드의 왕국, 우르와 바빌로니아의 도시 문화, 고대 근동의 법과 종교, 가나안의 지리와 족장들의 이동을 살펴봅니다.
고대 근동의 창조와 홍수 이야기도 다룹니다.
그러나 비슷한 소재가 나타난다는 이유만으로 창세기와 다른 고대 문헌을 모두 같은 이야기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공통된 문화적 배경을 확인하면서도 각 기록이 하나님과 인간, 창조와 죄, 심판과 구원을 어떻게 다르게 설명하는지 살펴봅니다.
또한 성경의 인물과 사건을 특정 유물이나 기록과 무리하게 일치시키지 않습니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과 학계에서 논쟁이 계속되는 부분을 구분해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시리즈의 목적
이 시리즈의 목적은 성경의 첫 이야기를 실제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읽는 데 있습니다.
성경은 문명과 도시, 제국과 전쟁, 이동과 교역이 존재했던 현실의 세계에서 기록되고 전해졌습니다.
그 세계를 이해하면 성경의 장소와 사건이 더 선명해집니다.
우르가 어떤 도시였는지 알면 아브라함의 출발이 다르게 보입니다.
가나안의 지리적 위치를 알면 족장들이 여러 지역을 이동했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집트의 힘과 풍요를 알면 기근 때 사람들이 이집트로 내려갔던 배경도 분명해집니다.
고대 근동의 법을 알면 모세 율법이 등장했던 역사적 환경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창조와 홍수에 관한 다른 기록을 살펴보면 창세기가 당시 세계의 질문에 어떻게 응답했는지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성경과 세계사를 함께 읽는 목적은 성경을 하나의 역사책으로 축소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성경이 실제 인간 사회와 문명, 언어와 문화 속에서 어떻게 기록되고 전해졌는지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고대 문명과 성경의 배경」은 「성경과 함께한 세계사」의 긴 여정을 여는 첫 번째 시리즈입니다.
이제 첫 글인 「성경의 이야기는 어떤 세계에서 시작되었을까」에서 고대 근동의 전체 모습을 본격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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