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세계시장으로 나갔나

 

1편

미국은 왜 세계시장으로 나갔나

19세기 후반 미국은 이미 세계적인 산업국가로 성장하고 있었다. 남북전쟁이 끝난 뒤 철도는 빠르게 확장됐고, 철강·석유·기계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유럽에서 들어온 이민자는 공장 노동자가 됐고, 동시에 미국 상품을 소비하는 거대한 시장을 형성했다.

미국은 넓은 영토와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었다. 철광석과 석탄은 철강산업을 키웠고, 석유는 새로운 에너지와 산업의 기반이 됐다. 대륙횡단철도는 동부의 공업지역과 서부의 농업·광산지역을 연결했다.

기업의 규모도 커졌다.

록펠러의 석유회사, 카네기의 철강기업, 모건의 금융자본과 같은 거대한 기업집단이 등장했다. 미국은 소규모 농업국가에서 대기업과 금융자본이 경제를 이끄는 국가로 변하고 있었다.

그러나 산업의 성장은 미국 내부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만들었다.

생산이 늘수록 더 큰 시장이 필요했다

공장이 커지고 생산량이 늘면 상품을 판매할 시장도 함께 커져야 한다. 미국 국내시장은 거대했지만 기업들은 계속 성장하기를 원했다.

생산량이 소비보다 빠르게 증가하면 상품이 팔리지 않고 재고가 쌓인다. 기업은 공장 가동을 줄여야 하고,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미국 기업은 새로운 소비자를 찾아야 했다.

중남미와 아시아, 특히 중국 시장은 미국 기업에 매력적인 대상으로 보였다. 인구가 많고 산업화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지역은 미국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잠재시장으로 여겨졌다.

해외시장은 상품을 판매하는 곳만이 아니었다. 고무, 설탕, 광물, 석유와 같은 원자재를 확보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미국의 세계 진출은 이상이나 모험심만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성장한 산업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시장과 원료가 필요했다.

시장을 지키려면 바다를 지배해야 했다

해외에 상품을 판매하려면 선박이 안전하게 이동해야 한다. 상선을 보호할 해군이 필요했다.

19세기 말 해군 전략가들은 강대국이 되려면 강한 해군과 해외기지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다를 지배하는 국가는 무역로를 지킬 수 있고, 적국의 무역을 차단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군함은 항구 없이 장기간 작전할 수 없다. 당시 군함은 연료와 식량, 물을 보급할 기지가 필요했다.

그래서 미국은 카리브해와 태평양의 섬과 항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카리브해는 미국 남부와 가까웠고, 중남미 시장과 파나마 지역으로 연결됐다. 태평양의 하와이와 필리핀은 중국과 동아시아로 진출하기 위한 중간 거점이 될 수 있었다.

경제적 팽창은 해군력 확대로 이어졌고, 해군력 확대는 해외기지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다.

미국은 고립주의 국가였는가

미국이 오랫동안 유럽의 정치에 깊이 개입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와 완전히 단절돼 있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 상인과 기업은 이미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었고, 미국 정부도 중남미와 태평양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었다.

미국의 고립주의는 모든 해외 활동을 거부하는 정책이라기보다 유럽의 전쟁과 동맹에 직접 얽히지 않으려는 경향에 가까웠다.

경제적 이익이 걸린 문제에서는 미국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특히 남북전쟁 이후 산업력이 커지면서 미국의 해외 관심은 더욱 강해졌다. 미국은 유럽의 식민제국을 비판하면서도 자국의 시장과 전략적 이익을 확대하려 했다.

쿠바와 하와이가 중요해진 이유

쿠바는 미국 남부에서 가까운 카리브해의 섬이었다. 설탕 생산지였고, 카리브해 항로를 통제하는 데도 중요했다.

쿠바가 스페인의 지배에서 벗어나려 하자 미국 사회에서는 쿠바 독립을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하지만 인도주의적 이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 기업은 쿠바 경제에 투자하고 있었고, 쿠바의 정치적 불안은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도 영향을 줬다.

하와이는 태평양 항로의 중간지점이었다. 미국의 상인과 농장주가 경제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고, 해군기지로서도 가치가 컸다.

미국은 점차 해외지역을 시장이자 군사적 거점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유와 시장은 함께 움직였다

미국은 해외 진출을 문명과 자유, 시장 개방의 이름으로 설명했다. 미국식 정치제도와 상업이 다른 지역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 기업의 이익과 전략적 요구가 강하게 작용했다.

미국이 다른 지역에 자유와 독립을 말할 때에도, 미국 상품이 들어갈 시장과 군함이 머물 항구가 함께 고려됐다.

미국은 직접적인 식민지배를 비판하면서도 자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확대하려 했다.

이 모순은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세계시장으로의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성장의 결과였다

미국이 세계로 나간 이유를 단순히 욕심 많은 정치인이나 제국주의자의 결정으로만 설명하면 충분하지 않다.

미국 경제 자체가 해외 진출을 요구하고 있었다.

  • 공장은 새로운 소비자를 필요로 했다.
  • 기업은 값싼 원자재를 원했다.
  • 은행은 해외 투자처를 찾았다.
  • 상선은 안전한 무역로가 필요했다.
  • 해군은 보급기지를 원했다.

이 요구가 하나로 결합하면서 미국의 외교와 군사전략이 바뀌었다.

미국은 세계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바다로 나갔고, 바다를 지키기 위해 해군을 키웠으며, 해군을 유지하기 위해 해외영토와 기지를 원했다.

그리고 1898년 미국은 그 힘을 실제 전쟁에서 사용한다.

스페인과의 전쟁은 미국이 산업국가에서 제국적 국가로 넘어가는 첫 번째 결정적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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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대국 미국의 등장 전체 시리즈

  1. 미국은 왜 세계시장으로 나갔나
  2. 스페인과의 전쟁, 미국 제국의 시작
  3. 제1차 세계대전, 채무국에서 채권국으로
  4. 달러와 월스트리트의 부상
  5. 대공황과 뉴딜
  6. 제2차 세계대전, 세계의 공장이 된 미국
  7. 1945년, 초강대국 미국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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