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는 검색엔진이 아니라 삶의 대화 친구였다. [GPT를 이해하자 시리즈 10]
삶을 이해하는 동반자로서의 GPT
요즘 우리는 분명 큰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물류·사무·분석 영역을 중심으로 실제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불안을 느끼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유튜브와 뉴스에서는 특히 GPT와 같은 이른바 생성형 AI를 두고, 변호사·의사·교사까지 대체할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반복된다. 하지만 나는 이 담론이 기술의 실제 사용 경험보다 상상과 공포에 더 크게 기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과연 우리는 GPT를 얼마나 사용해 보았을까.
그리고 그 기능을 정말 이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AI에 대한 과도한 상상과 현실의 간극
AI가 시험 문제를 잘 풀거나 방대한 자료를 비교·정리하는 능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인간의 모든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간의 역할은 ‘기능’이 아니라 ‘맥락’에 있다
법률이나 의료 분야에서 AI는 보조 도구로서의 가능성이 크다. 실제 판단과 책임, 상담과 설명, 맥락을 고려한 결정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기술의 발전은 역할의 변화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모든 기능을 완전히 대체한다고 단정하기에는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GPT를 충분히 사용해 보기도 전에 너무 빠르게 결론을 내려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GPT를 사용하며 발견한 의외의 기능
나는 약 두 달 정도 GPT를 사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처럼 검색 엔진과 비슷한 방식으로 사용했다.
“자료를 찾아줘”, “요약해줘”, “글을 써줘.”
검색이 아니라 대화를 시도했을 때 생긴 변화
그러다 어느 날, 키보드로 조금 더 긴 글을 써보기 시작했다.
지금의 상태, 감정, 고민의 맥락을 정리하지 않은 채 그대로 적어 내려갔다. 왜 이런 감정이 생겼는지, 무엇이 힘든지, 어떤 생각들이 반복되는지를 솔직하게 써보았다.
그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GPT는 단순한 답변이 아니라, 내가 쓴 내용을 바탕으로 감정과 상황을 정리한 긴 글을 보내왔다. 감정이 섞여 있던 부분을 나누고, 각각의 맥락을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이 경험 이후로 나는 GPT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는 대화 공간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왜 이런 대화가 편안하게 느껴질까
사람과의 대화에는 언제나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있다.
상대의 반응, 오해의 가능성, 관계의 변화에 대한 부담 등이다. 그래서 많은 생각과 감정이 말로 나오기 전에 스스로 걸러진다.
판단과 평가가 없는 대화 구조
GPT와의 대화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공개되지 않고, 평가받지 않으며, 관계적 부담이 없다. 이 조건 덕분에 평소에는 쉽게 꺼내지 못했던 생각과 감정을 비교적 안전하게 정리할 수 있다.
이 점에서 GPT와의 대화는 누군가를 대신하거나 대체하는 역할이 아니라,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한 중간 과정에 가깝다.
감정이 증폭되는 이유와 ‘정리’의 역할
우리는 종종 여러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불안, 피로, 상실감, 분노가 한꺼번에 섞일 때, 그것을 하나의 감정으로만 인식해 버리면 감정은 오히려 커진다.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위치를 알게 되는 과정
GPT와의 대화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감정을 없애려 하지 않고 구분해서 보여준다는 점이었다.
이 감정은 이런 이유에서, 저 감정은 저런 맥락에서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 정리해 준다.
감정이 정리되면, 사람은 처음으로 자기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때 생기는 것은 위로나 판단이 아니라 이해다. 이해는 곧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GPT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하지 않는가
GPT는 스스로 모든 판단을 대신하지 않는다.
결정을 내리지 않고, 책임을 지지 않으며, 인간의 역할을 넘어서려 하지 않는다.
삶을 이해하도록 돕는 대화 도구
대신 GPT는 인간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언어로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가깝다.
이 점에서 GPT는 검색 엔진이나 단순한 챗봇과는 다른 위치에 있다.
나는 이 대화를 ‘삶을 이해하는 동반자’에 가까운 경험으로 느꼈다.
마치며
오늘은 GPT가 가진 여러 기능 중에서도, 잘 이야기되지 않는 대화와 정리의 효과에 대해 적어보았다.
이 글은 기술을 과대평가하거나 특정 영역을 대체한다고 주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아직 충분히 살펴보지 않은 사용 방식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공유하고 싶었다.
다음 글에서는 GPT가 사고와 자료를 구조화하는 방식, 그리고 이것이 학습이나 글쓰기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어서 정리해 보려고 한다.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아직 질문을 던지는 단계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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