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역사는 여러 겹의 서사이다 [영어의 역사 시리즈 1]
영어는 영국의 역사를 담고 있는 언어입니다
영어는 영국의 역사를 담고 있는 언어입니다.
왜냐하면 지난 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땅을 지배한 민족이 수없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이 나라에서 사용된 단어와 문법 역시 끊임없이 변화했겠지요.
수많은 언어와 문법이 흘러 들어와 오늘날의 영어 형태를 만들었고,
영어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지배 언어가 된 이유 역시
바로 이러한 적응력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켈트족의 브리튼 섬 ― 영어 이전의 세계
영어의 역사를 시간 순서대로 살펴보면,
기원전부터 서기 1세기 초까지 브리튼 섬에는 켈트 계열의 부족들이
국가가 아닌 부족 연합 형태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중앙집권적 국가 체제도 없었고,
문자 기록 문화 역시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언어는 켈트어를 사용했지만,
이 켈트어는 영어의 직접적인 조상은 아닙니다.
당시의 브리튼 섬은
강력한 통치 세력이 없는,
말 그대로 “주인 없는 땅”에 가까운 상태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로마의 침공 ― 무대를 만든 제국
서기 43년, 로마의 본격적인 침공이 시작되면서
로마 군단은 브리튼 섬에 주둔하게 되고
로마령 브리타니아가 세워집니다.
로마는 도시를 건설하고 도로를 깔았으며,
세금을 걷기 위해 법과 행정 구역, 통치 체제를
로마식으로 재편했습니다.
이 시기는 훗날 영어가
법과 행정의 언어로 발전하는 토대가 만들어진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 이 시기의 로마 주둔은 영어 자체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로마가 사용하던 라틴어의 영향은
이 시기가 아니라 훨씬 후대에 발생합니다.
영어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로마 이전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로마는 영어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영어가 만들어질 무대를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게르만 족의 침공 ― 영어의 탄생
이제 영어가 실제로 뿌리내리기 시작한
5세기에서 7세기의 역사,
게르만 족의 침공을 살펴볼 차례입니다.
게르만 족은
-
앵글족(Angles)
-
색슨족(Saxons)
-
주트족(Jutes)
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이들은 바다를 건너 브리튼 섬에 정착형 침공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켈트족과 영토를 두고 충돌이 일어났고,
켈트족은 섬의 주변부로 밀려나게 됩니다.
이때 밀려난 켈트어는
훗날 웨일즈어의 조상이 됩니다.
한편, 게르만 족은 섬에 정착하며
앵글로색슨 잉글랜드(Anglo-Saxon England) 를 형성하게 되고,
이때부터 브리튼 섬의 주된 언어는
켈트어가 아닌 게르만어가 됩니다.
👉 이 게르만어가 바로 영어의 직접적인 조상입니다.
게르만어가 영어에 남긴 문법적 유산
게르만 족은 부족 중심 사회였고
문자 기록보다는 구전 문화를 중심으로 한 사회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로마 문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게르만어는 비교적 순수한 형태로
브리튼 섬에 뿌리내리게 되었고,
영어의 문법적 근간을 형성하게 됩니다.
당시의 게르만어는
-
격과 성 구분이 많은 굴절어였으며
-
어순이 비교적 자유로웠고
-
현재의 영어와는 상당히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영어보다는
독일어에 더 가까운 언어였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게르만어가 남긴 핵심 구조
게르만어가 영어에 남긴 가장 중요한 유산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시제 개념입니다.
게르만어는 시간을 단순히 시점이 아니라
의미와 상태로 동사에 표현했습니다.
이 사고방식은 훗날 영어의 조동사 체계로 발전하게 됩니다.
둘째, **태(voice)**의 개념입니다.
능동태와 수동태는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문법 구조로,
영어 사고 방식의 중요한 축이 됩니다.
셋째, 주어 중심 문장 구조입니다.
로망스어 계열과 달리,
영어 문장은 항상 주어를 요구하며
문장의 중심이 됩니다.
침략 속에서 살아남은 문법
이러한 문법적 틀은 매우 효과적이었는지,
영어는 오늘날까지도 이 기본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신, 영어는 이후에 들어온 다른 언어들의
유용한 문법과 어휘를 유연하게 수용하며 성장해 왔습니다.
어쩌면 영어가 지금의 세계 언어가 된 이유는
어느 한 민족의 언어였기 때문이 아니라,
침략과 변화 속에서도 스스로를 바꿀 수 있었던 언어였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다음에는 노르만 정복과 중세 영어의 변화까지 역사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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