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의 특징에 대해 잠시 생각해봅시다. [한국어 문법을 다시보자 시리즈 1]

한국어 문법을 다시 보자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쓰고 있었던 언어의 구조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한국어입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태어나서 한국어 문법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거의 없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은 대부분 맞춤법 정도였지요.

반면 영어 문법은 어떻습니까.
시제, 가정법, 수동태, 관계사까지 정말 많이 공부했습니다.
일본어, 영어 문법은 줄줄 설명하면서
정작 모국어인 한국어 문법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아주 역설적인 상황이 만들어진 셈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지만 의식하지 않았던
한국어의 가장 중요한 특징 8가지를 차분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1. 한국어는 주어를 자주 생략한다

→ 행위자보다 행위와 상황에 더 관심이 많다

한국어 문장은 주어 없이도 충분히 성립합니다.

  • “다녀왔어.”

  • “먹었어.”

  • “비가 온다.”

누가 했는지보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가 먼저입니다.

특히 동사에 존칭 표현이 들어가거나
상대방 정보가 이미 공유된 상황에서는
주어를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의미 전달이 가능합니다.

이는 한국어가 문장을 만들 때
행위의 주체보다 맥락과 흐름을 중시하는 언어라는 뜻입니다.


2. 조사가 발달해 생각의 축을 결정한다

→ 어순보다 관계가 중요하다

한국어는 조사(은/는, 이/가, 을/를)가 문장의 의미를 결정합니다.

  • 철수가 영희를 좋아한다

  • 영희를 철수가 좋아한다

어순은 바뀌어도 의미는 유지됩니다.
중요한 것은 위치가 아니라 조사의 유무입니다.

영어처럼 직선적으로 문장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관계를 형성한 뒤 문장을 이해하는 구조입니다.


3. 높임말이 발달한 문법이다

→ 말하는 순간, 관계와 위치가 함께 전달된다

한국어에서는 동사의 형태나 단어 선택만으로도
상대방의 지위, 나와의 거리, 사회적 관계가 드러납니다.

  • 먹다 / 드시다 / 잡수시다

  • 있다 / 계시다

말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관계를 조정하는 행위가 됩니다.


4. 시제보다 상(aspect)이 발달한 언어다

→ 시간보다 상태 변화에 민감하다

한국어는 행동이

  • 완료되었는지

  • 진행 중인지

  • 누적되었는지

를 매우 세밀하게 표현합니다.

  • 했다 / 하고 있다 / 해왔다 / 해두었다

우리는 흔히 한국어에도 시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시제라는 개념은 원래 게르만어 계열에서 발달한 개념입니다.
동사에 s, -ed 같은 형태 변화로 시간을 표시하는 구조이지요.

한국어는 시간 자체보다
행동과 상태의 변화 과정을 더 중요하게 다룹니다.
이 점에서 러시아어와도 닮아 있습니다.


5. 간접화법과 완곡화법이 발달했다

→ 정확한 말보다 숨은 뜻을 읽는 능력이 중요하다

  • “그건 좀…”

  • “글쎄요…”

  • “생각해볼게요.”

말의 의미는 문장 안에만 있지 않습니다.
암시와 여백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한국어 화자는
말을 정확히 하는 능력보다
의도를 해석하는 능력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6. 맥락 의존도가 매우 높다

→ 문장보다 상황이 먼저다

누가, 언제, 어떤 분위기에서 말했는지에 따라
같은 말도 전혀 다른 의미가 됩니다.

한국어는
독립된 문장보다
상황에 묶인 언어입니다.


7. 침묵도 의미가 된다

→ 말하지 않음도 하나의 메시지다

대답을 하지 않거나
반응을 늦추는 것 자체가
의미 전달이 됩니다.

생각에는 언어뿐 아니라
비언어적 요소도 포함됩니다.
서양 언어보다 여백이 더 많은 정보를 담습니다.


8. 동사 중심의 언어다

→ 대상보다 변화와 과정에 주목한다

한국어는 동사와 보조동사가 매우 발달한 언어입니다.

  • 해보다

  • 해두다

  • 해버리다

행위와 상태의 변화를
아주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어는
“누가 무엇을 했는가”보다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보게 만드는 언어입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한국어는
사람보다 상황을,
결과보다 흐름을 먼저 보게 만드는 언어다.

이제 우리는
한국어를 너무 익숙해서 보지 못했던
하나의 사고 구조로 다시 바라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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