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은 추억 가득한 내 고향입니다.[삶이 남기는 공감 2]

우리가 처음 차를 샀을 때

그리고 강릉 안목의 자판기 커피

우리 청춘이었을 때를 떠올려 보면,
다들 처음으로 차를 샀을 때 정말 많이 신이 났잖아요.

그래서 가끔은 새벽에 모이기도 했고,
괜히 목적지도 없이 바다로 향하곤 했죠.

여러분,
20년 전 강릉 안목에는 지금처럼 커피거리가 없었습니다.

그럼 왜 커피거리가 생긴 줄 아세요?




안목에는 원래 회집이 많았습니다

20년 전 강릉 안목에는
지금처럼 예쁜 카페 대신 회집들이 즐비했습니다.

관광객도 많았고,
회식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았죠.

그런데 커피거리 끝자락에
자판기 커피 두 대가 있었습니다.

낮에도 사람들이 커피를 뽑아 마시긴 했지만,
진짜 안목의 기억은 새벽이었습니다.


새벽 바다, 자판기 커피, 그리고 친구들

찬 공기를 마시며
바다 냄새를 맡고,
자판기 커피를 하나씩 뽑아 들고
친구들과 인생 이야기를 나누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우리들끼리는 정말 유명했고,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파도 소리는 또 얼마나 낭만적인지요.

그 당시 사람들은
‘강릉 바다 = 여름’이라고만 생각했지만,
겨울 바다는 정말 멋진 곳이었습니다.


추운 겨울 바다의 낭만

“추워 죽겠는데 왜 겨울 바다에 가?”

그런 말도 많이 들었죠.

하지만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따뜻한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그 낭만은
지금 생각해도 낭만 치사량이었습니다.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다가
자판기에서 커피가 떨어지는
‘탁’ 하는 소리까지도
모두 낭만이었으니까요.



내가 기억하는 가장 맛있는 커피

지금도 제 기억 속에서
가장 맛있고 향기로운 커피는,

추운 아침 공기를 맞으며
일하는 현장에서 마시던 커피입니다.

그때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며 하던 말 있잖아요.

“추운 날 봉지커피는 보약이다.”

정말로
따뜻한 커피가 식도를 타고
위까지 내려가는 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한국에서 진짜 커피란

사실 한국에서 커피는
모카골드니, 케냐산이니,
프리미엄 원두가 아닙니다.

노동자들이 오후 3시에 마시는 커피,
그게 진짜 커피죠.

피곤한데 퇴근은 멀었고,
점심은 먹어서 몸은 천근만근인데
커피 한 잔 마시며 동료들과
농담 한 판 나누면
그래도 좀 살 것 같잖아요.

그게 커피입니다.


자판기 커피가 있던 대학 시절

도서관에서 점심 먹고
친구들이랑 자판기 커피 하나씩 뽑아 들고,

시험 이야기하고,
애인 이야기하고,
지나가는 예쁜 여자 이야기도 하고,
다시 시험 이야기로 돌아오고…

그렇게 잠을 한 번 깨우고 나면
다시 도서관으로 들어가
공부하곤 했잖아요.

그런데 요즘 대학에는
자판기 커피가 거의 없습니다.

브랜드 커피와 편의점 커피가
그 자리를 대신했죠.

그래서인지
그 시절의 낭만은 조금 사라진 것 같습니다.


커피는 삶에 대한 열정이다

우리에게 커피는
삶에 대한 열정이고,
삶에 대한 낭만입니다.

강릉에도 그 이후로
원두 커피가 유행하고,
커피 장인들이 생기고,
멋진 일들이 많이 일어났지만,

저는 지금도
새벽기도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불 켜진 편의점을 보면
괜히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창가에 앉아
조용히 커피를 마시는 누군가를 보면
더욱 그렇고요.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커피를 좋아합니다

커피는
어느 나라산, 어떤 프리미엄 커피가 아니라
삶에 대한 애정입니다.

살아야 하고,
일해야 하고,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고,

잠을 깨우며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려고,

그런 열정들이 모여
커피를 마시게 만드는 거죠.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커피를 좋아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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