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던 일 년이 다 지나가네요(아버지 돌아가시기 한달전)[나란 사람의 시간 1]
벌써 일 년이 지나갑니다
연말에, 삶을 돌아보며
벌써 일 년이 다 지나가네요.
아쉽고, 눈물 나는 일도 많았지만
시간은 그렇게 또 지나갑니다.
만약 ‘연말’이라는 단어가 없었다면
우리는 과연 우리의 삶을 돌아보기나 할까요.
너무 바빠서
푸른 하늘 한 번 올려다보는 것도,
곁에 있는 가족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도
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말입니다.
이렇게 한 해를 버텨낸 우리 자신에게
따뜻한 칭찬 한마디쯤은 해도 되지 않을까요.
힘들고 어려운 일투성이인 인생이지만,
그래도 시간은 흘러
이제 다음 주면 새해가 됩니다.
나는 아직도 청춘인 것 같은데
나는 아직도 청춘인 것 같은데,
아직도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시간은 벌써 이렇게 많이 지나가 버렸네요.
웃기지요.
만약 달력이 없었다면,
날짜라는 개념이 없었다면
우리는 매일 새로운 아침,
새로운 날만이 시작된다고 느끼며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인간은 너무 똑똑해서
시간을 나누고, 날짜를 만들고,
지나간 시간마저 그립게 만들어 버렸네요.
연말이 되면, 누구나 서운해집니다
누구나 연말이 되면 서운해지잖아요.
‘나는 지난날 무엇을 했나’
‘올해는 어떻게 살았나’
‘무엇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살았나’
이런 생각들이 몰려오면
마음이 괜히 우울해집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연말인지 연초인지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그냥 일에만 더 몰두하기도 합니다.
생각하면 우울해지니까요.
“너무 힘든 이 순간에, 주님이 일하고 계시잖아요”
교회에는 이런 찬송이 있습니다.
“너무 힘든 이 순간에
주님이 일하고 계시잖아요.”
이 찬송을 들을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 나는
그저 내게 주어진 삶을
의미 있게 살아가고 있는 거야.
고통도 삶의 일부이고,
즐거움도 삶의 일부야.
그런데 이상하게도
삶이 고맙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즐거울 때가 아니라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내고 있는 나 자신을 볼 때입니다.
즐거움은 너무 당연하게 여기지만,
고통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비로소 내 삶이 얼마나 고마운지 알게 됩니다.
의미 없는 삶은 없다
신은 인간을
의미 없게 만들지 않았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삶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질 뿐입니다.
나를 사랑하자.
주어진 시간 속에서 행복을 느끼자.
지금 이 순간에도
굶주리는 사람들,
삶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병원에서
사실 크리스마스에
병원에 계신 아버지를 뵈러 갔습니다.
뇌출혈로 전신이 마비되어
눈만 뜨고 계신 지
벌써 4년이 되어 갑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아버지의 눈동자가
어머니와 나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예전에는
그저 움직이는 물체에 반응하는 것 같았는데,
몇 달 전부터는
분명히 우리를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아버지의 정신이
조금씩 맑아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도 같은 느낌을 받으셨다고 하시더군요.
“세상 일은 아무도 몰라요”
지난 25일,
교회 예배를 마치고 아버지에게 갔습니다.
아버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아버지,
9년 만에 병상에서 일어난 사람도 있대요.
누가 알아요.
세상 일은 아무도 몰라요.”
그런데 옆에 있던 의사가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저희 어머니도 그렇게 누워 계시다가
3년 만에 돌아가셨어요.”
의사가 나간 뒤,
아버지가 놀라실까 봐
다시 조용히 말했습니다.
“아버지,
세상 일은 정말 아무도 몰라요.
9년 만에 일어난 사람도 있대요.
사람 일은 아무도 모릅니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선택한 길
처음 아버지가 쓰러지셨을 때
너무 무기력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병원비도 적지 않았고,
지금도 쉽지 않습니다.
동생에게 많이 의지했는데
그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릅니다.
그마저도 하지 못했다면
얼마나 아버지에게 미안했을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픕니다.
어머니도, 나도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견뎌냈고,
지금도 회복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집 문제도 생겼지만
지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돈 때문에 아버지의 생명을 포기했다면
그 후회와 죄책감을
평생 안고 살아야 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돈을 빌려서라도 치료했고,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동생도 같은 생각이었다고 하더군요.
아버지의 눈을 보며
아버지의 눈을 보며
다시 말했습니다.
“아버지,
세상 일은 아무도 몰라요.
9년 만에 일어난 사람도 있대요.”
그 말을 하면서
마음이 이상하게도
아주 홀가분해졌습니다.
아버지가
내 말을 듣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인생도, 주식처럼
주식도 오르다 내리고,
인생도 오르다 내리고,
그리고…
다시 오르는 날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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