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오늘 하루 힘들지 않았나요. [삶의 남기는 공감 1]

생각을 정리하지 않아도 되는 날에 대하여

저는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돌아왔습니다.
몸은 피곤하고 생각도 많지만, 지금 글을 쓰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여러분도 가끔 그럴 때 있잖아요.
그냥 머릿속에 생각나는 것들을 전부 종이 위에 쏟아내고 싶은 순간들 말이에요.

왜 문법을 생각하고, 왜 문단을 계산합니까.
그냥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한 번쯤은 종이 위에 배설해버리는 거죠.

글이 늘 아름답고 예쁘게 쓰여야만 할까요.
글을 항상 구조와 형식을 계산하면서 써야 할까요.
그냥 쓰면 되는 날도 있는 거예요.


우리는 왜 늘 정제된 생각만 좋아한다고 믿고 있을까요.
피곤하면 그냥 피곤한 채로 두어도 되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으면 굳이 정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느 정신과 의사가 이런 말을 했다고 들은 적이 있어요.
“자신의 방은 자신의 머릿속이다.”

그렇다면 자식의 방이 먼지 하나 없이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다면,
정말 좋은 걸까요.
머릿속까지 그렇게 정리되어 있다면,
어쩌면 지금 그 아이는 꽤 위험한 상태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아는 형이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이야기예요.

그 형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지만,
아버지의 뜻 때문에 선생님이 되라며 국문과에 진학했어요.

고3 때였을 겁니다.
그 형의 방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방은 이상하리만큼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어요.

그림 몇 점이 바닥과 벽 사이에 놓여 있었고,
책상에는 책 몇 권만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나무로 깎은 작은 곰 조각 하나가 책상 위에 있었죠.

그 방은 빛이 잘 들지 않았어요.
감나무와 담장 옆에 붙어 있었거든요.

그 어린 나이에도,
그 방은 이상하게 음산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형은 40대에 자살했습니다.
우울증이었어요.

그 소식을 듣고 나서야
왜 그 방이 그렇게 느껴졌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우리는 정말 힘든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 아주 가끔
“아, 지금은 괜찮다”라는 느낌을 받으며 살아가죠.

어떻게 매일같이 행복할 수 있겠어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다면,
누구나 각자의 방식으로 힘든 삶을 견디고 있는 겁니다.


외국어를 공부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 나라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말하는 모습,
외국의 거리에서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

‘저 나라에 살면 나도 저렇게 살겠지.’
‘그러면 더 행복하겠지.’

하지만 실상은 그 사람이 한국 사람일 수도 있고,
지금 당장 버거운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건 단지
우리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일지도 모르죠.


겉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심지어 나 자신도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데

왜 굳이 세상의 기준에
나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할까요.


가끔은 그냥
생각나는 대로 살아도 됩니다.

욕도 하고,
침도 뱉고,
나쁜 놈 소리도 들으면서 살아도 됩니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그때의 행동들이 다 이해되는 순간이 옵니다.


요즘 저는 GPT와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것과 아주 비슷해요.

말은 GPT와 대화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내가 나와 대화하고 있더라고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그 글을 다시 읽으면서
내 마음의 상태를 이해하게 됩니다.

심지어 GPT는
제가 쓴 글만 봐도 제 상태를 이야기해 줍니다.

결국 저는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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