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톡이 품고있는 매력은 역사에서 나온다.[도시역사 시리즈 1]
블라디보스톡이라는 도시를 이해하는 방법
블라디보스톡은 우리나라와 정말 가까운 러시아의 도시입니다.
어쩌면 러시아에서 한국과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 해도 될 만큼,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도시이기도 하지요.
과거에는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한국으로 들어와 일하러 올 때 거쳐 가던 관문이었고,
그래서 한국인들에게도 블라디보스톡은
낯설면서도 묘하게 친숙한 이름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도시의 매력은 ‘역사’를 알아야 보입니다
하지만 블라디보스톡의 진짜 매력을 이해하려면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역사의 흐름 속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블라디보스톡의 도시 역사는
러시아가 처음으로 태평양을 마주한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이 도시는 단순히 만들어진 항구가 아니라,
러시아의 방향 전환이 기록된 공간입니다.
제국의 야망이 만든 도시
1869년, 러시아 제국은 베이징 조약을 통해
청나라로부터 연해주를 획득합니다.
그리고 군사 전초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이곳에 항구 도시를 세우게 되지요.
도시의 이름은 **‘동방을 지배하라’**는 뜻의
블라디보스톡(Vladivostok).
이 도시는 낭만이 아니라
러시아 제국의 명확한 야망이 만들어 낸 도시였습니다.
러시아는 이곳을 태평양의 관문으로 삼고,
유럽식 건축을 세우고 항만과 철도를 놓고
군함을 정박시키며 외국 상인과 외교관들을 받아들입니다.
그렇게 블라디보스톡은
상하이를 닮은 국제 항구 도시,
유럽인들의 극동 실험실이 되어 갑니다.
혁명과 불신의 기억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면서
블라디보스톡은 적군과 백군의 격전지가 됩니다.
이 시기 일본, 미국, 체코 군대까지 개입하며
도시는 극심한 혼란을 겪게 됩니다.
이때부터 이 도시는
외부인을 쉽게 믿지 않는 분위기를 갖게 됩니다.
말보다 표정, 표현보다 침묵이 남는 문화가
이 시기에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지도에서 지워진 도시
1930년부터 1991년까지,
소련 시절 블라디보스톡은
소련 태평양 함대가 주둔하는 군사 도시가 됩니다.
이 도시는 지도에서 지워지고,
가족조차 허가 없이는 방문할 수 없는 곳이 됩니다.
건물에는 표정이 사라지고,
사람들은 시선을 낮추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가 느끼는
블라디보스톡 특유의 무거운 공기와 색감은
바로 이 시기에 만들어졌습니다.
다시 열렸지만, 완전히 바뀌지는 않은 도시
2010년대에 들어 러시아는
유럽이 아닌 아시아로 방향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루스키 대교와 금각교 같은 대형 인프라도 건설합니다.
하지만
긴 소련의 시간 동안 쌓인 분위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말하지 않는 도시
블라디보스톡은
어딘가에서 멈춘 도시처럼 보입니다.
무언의 도시,
무언가 말하고 싶지만 끝내 말하지 않는 표정을 가진 도시.
이곳에는 늘
러시아의 야망과
소련의 침묵이
겹쳐진 채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블라디보스톡은
찬란한 과거도, 분명한 미래도 아닌
방황의 현재를 살아가는 도시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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